당신이 몰랐던 '추수감사절'의 진짜 실체

레드피피 2020-09-14 00:00:00

우리는 흔히 추수감사절을, 인디언계 미국인들과 필그림(Pilgrim) 이민자들이 평화롭게 만나 함께 식사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추수감사절에 미국 가정에서는 칠면조 구이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음식을 요리하고, 가족, 친구들과 함께 모여 식사하는 전통이 있다. 인디언계 미국인과 필그림 이민자들의 우정을 기린다고 알려진 추수감사절에는 그러나 사실 음울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아마 이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감사절'이라는 이름이 부적절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출처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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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이 기념하는 그 날은 사실 인디언계 미국인들이 정체성을 빼앗긴 날이다. 그리고 우리가 두 세계 사이의 평화를 기념한다고 여겼던 휴일이 사실은 한 세계가 다른 세계를 억압하고 지배한 역사의 기념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미국인은 이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불편한 진실로 여겨 모른 체한다.

추수감사절이 '평화와 화합 기념하는 날'이라고?

추수감사절이 인디언계 미국인과 필그림 이민자들 사이의 평화로운 만남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면, 실제로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전에, 약간의 배경 설명을 하고 넘어가야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그림들이 처음 '신대륙'으로 이주해 왔을 때 인디언계 미국인이 야생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1620년 플리머스 식민지(오늘날 매사추세츠주 지역)에서 평화와 화합을 기념하는 연회를 열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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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일어난 일은 그렇게 평화롭지 않았다.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은 신대륙에 도착하자마자 인디언계 미국인을 식민지화했다. 유럽인들이 인디언계 미국인에게서 음식을 빼앗고 굶겨 죽이거나, 노예로 삼거나, 고문하는 과정에서 최소 2,000만, 최대 1억 명의 인디언계 미국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스푸트니크 뉴스(Sputnik News)는 전했다. 1637년에는 인디언 피쿼트족을 대량학살하기도 했다.

인디언계 미국인의 추수감사절

이처럼 조상들이 학살당한 역사를 기억하는 인디언계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 전통에 치를 떤다. '감사'보다는 '혐오와 전쟁, 상처'만을 떠올리게 하는 이날을 기억하기 위해 인디언계 미국인은 해마다 11월 22일을 '북미 원주민 추도의 날'로 지정하고 정오에 추도식을 진행한다. UAINE(United American Indians of England)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공포와 절망 속에서 죽어간 북미 원주민들을 기리기 위한 추도식이다. 이 날, 인디언계 미국인은 유럽인들의 식민지화로 인해 사라져 간 북미 원주민의 삶과 문화를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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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디언계 미국인과 이들의 뜻을 존중하는 사람들은 플리머스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콜스 힐(Cole's Hill)이라는 곳에 모여 추도식을 진행한다. 추도식은 해질녘 금식을 시작하며 막을 올린다. 이후 이들은 행진을 하며 구호를 외친다. 오후가 되면 각자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는 포트럭(pot-luck) 형식의 연회가 열린다. 추도식은 올해로 49돌을 맞이했다. 추도식에는 인디언계 미국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참가할 수 있지만, 연설을 할 수 있는 것은 인디언계 미국인들뿐이다. 추도식 공식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올해 추도식 행사가 ‘ICE 및 여러 정부 기관들에 핍박받고 자식과 생이별해야 했던 수천 명의 인디언계 미국인과 그 가족을 위한 추도식’이라는 소개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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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인디펜던트(Independent)에 따르면, 이 추도식은 인디언계 미국인이 조상을 기리기 위해서 여는 행사이기도 하지만 미국 내에 존재하는 인종차별과 싸운다는 의의도 있다. 인종주의를 조장하는 이름이나 마스코트 사용에도 반대한다. 또한 미국 내에서 유색 인종, 장애인 등 소수 집단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재조명하는 것도 이 행사의 목적이다.

한편, 국제 인디언 협약 평의회 의장인 안드레아 카르멘(Andrea Carmen)이 조직한 또 다른 연례 추모 행사가 열렸다. 바로 북미 원주민 추수감사절 일출 행사(Indigenous People's Thanksgiving Sunrise Gathering)로 앨커트래즈 아일랜드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프란시스코만에 위치한 알커트래즈섬에 원주민들이 살던 때를 상기하기 위한 행사다. 올해에는 행사 30주년을 맞이해 리처드 오크스(Richard Oakes)를 필두로 89명의 인디언계 미국인과 지지자들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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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은 행사의 호스트인 존 키리아쿠(John Kiriakou), 월터 스몰라렉(Walter Smolarek)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원주민들의 권리를 위해 맞서 싸운 이들을 기리려는 것이다. 최초의 추수감사절을 선언한 것은 다름 아닌 매사추세츠 베이 식민지의 주지사였다. 이날은 700명의 피쿼트 원주민들을 학살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학살된 원주민들 중에는 추수를 기념하던 중이었던 여성과 어린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인이 기념하는 '추수감사절'이 이러한 역사를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참으로 역설적인 왜곡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역사의 많은 부분은 진짜 역사를 가리는 거짓과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한시라도 빨리 이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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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은 또한 유럽 이주민들이 신대륙과 원주민들을 '문명화'했다는 생각이 영국, 유럽 사회에 널리 퍼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신대륙에 처음 도착해 배고픔과 질병으로 죽을 뻔한 필그림 이민자들이 생존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은 원주민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인디언계 미국인은 유럽 이민자들이 오기 전에도 이미 충분히 자체적인 '문명'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며, 그는 "원주민(인디언계 미국인)은 자체적인 정부 체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나는 인디언계 미국인이 이룩한 사회를 과거형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에게는 견실한 정부 체제와 우수한 기술, 과학, 문화, 그리고 독자적인 언어가 있었다. 땅과 자연, 동물, 식물들과 조화를 이루어 살아나갈 줄 아는 지혜로운 조상들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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