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인형을 바라보고 있으면 눈이 호강이다. 그런 인형을 안고 있으면 묘한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인형은 아이는 물론 성인에게도 인기 있는 장난감이다. 인형 산업이 경기침체와 전자완구의 공습을 견디며 나날이 성장세를 구가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형 중에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인형이 있다. 이른바 ‘헌티드(haunted) 인형’이다. 헌티드 인형은 대부분 소설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될 만큼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보고 있노라면 위안은 커녕 소름이 돋는다.
헌티드 인형은 인기가 꽤 높은 편이다. ‘왜?’라는 의문 부호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지만 남의 취향을 정신 분석학적으로 해부할 필요는 없을 듯 보인다. 취향은 취향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괴기스럽고 소름끼치기로 유명한 헌티드 인형과 그 뒷얘기를 소개한다.
1. 로버트
헌티드 인형계의 최고스타를 꼽으라면 단연 로버트다. 1988년에 개봉한 영화 '사탄의 인형' 주인공 처키의 실제 모델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로버트 유진 오토는 5살이 되던 1906년에 보모로부터 인형을 선물 받았다. 오토는 자신과 닮은 구석이 많은 인형을 자신의 이름을 따 로버트라고 부르며 애지중지했다. 그런데 이후 오토의 집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다른 인형들이 심하게 망가지는가 하면 한밤중에 가구가 넘어지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오토는 결혼한 뒤에도 인형을 품에서 놓지 않았고, 아내는 그런 오토와 로버트가 탐탁지 않았다.
오토가 죽고 새로운 가족이 오토의 집에 이사를 왔지만 그 가족은 얼마 안가 다시 짐을 싸야 했다. 불길한 일들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로버트가 자신을 죽이려 든다는 아이의 공포 섞인 한 마디가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로버트는 현재 플로리다에 있는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2. 애나벨
애나벨은 영화 '컨저링'을 통해 유명해진 헌티드 인형이다.
도나라는 소녀는 1971년에 어머니로부터 애나벨을 선물 받았다. 애나벨을 집에 들인 이후, 도나의 집에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애나벨이 있던 위치가 저절로 바뀌고 인형에 혈흔이 묻는가 하면 도와달리는 쪽지가 발견되기도 한다. 결국 도나의 가족은 유명한 심령학자인 워렌 부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워렌 부부는 애나벨에 억울한 악령이 씌어 있다며 봉인 의식을 치른 후 부부의 개인박물관에 인형을 가뒀다.
3. 아만다
미국 온라인 경매업체 이베이를 한때 떠들썩하게 만든 인형이다. 이베이에서 20회 넘게 경매를 반복한 아만다는 1885년에 제작된 것 외에 딱히 알려진 바 없다. 아만다의 기괴한 이야기는 아만다를 구입했던 한 여성의 경험담을 통해 알려졌다. 여성은 아만다에게서 한시도 떨어질 수 없었고, 안되겠다 싶어 아만다를 잊으려 하면 그 날 밤 꼭 악몽을 꾸었다고 한다.
어느 날 밤, 여성은 잠을 청하다 문득 오싹한 기분이 들어 급히 불을 켰다. 방 안을 둘러보니 실내 바닥에 날카롭게 긁힌 자국이 가득했다. 놀란 여성은 뒷걸음치다 넘어졌고, 그 순간 선반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며 섬뜩하게 웃고 있는 아만다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여성은 리지 제이콥스라는 심령술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제이콥스의 말에 따르면 실내에 있는 물건과 사람을 파괴하는 악령이 아만다에게 씌어 있었다고 한다.
4. 해롤드
해롤드 역시 해롤드를 이베이 경매에 올린 사람이 직접 작성한 글을 통해 화제를 일으킨 인형이다.
판매자는 벼룩시장에서 한 노인이 내놓은 해롤드를 20달러에 구입했다고 한다. 노인은 아들에게 해롤드를 선물로 주었고, 얼마 안가 아들이 죽었으며, 해롤드가 있는 방에서 이상한 노래와 웃음소리가 들렸다는 얘기를 판매자에게 들려주었다. 불길한 물건인지라 팔면서도 꺼림칙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판매자는 노인의 말을 무시하고 해롤드를 집으로 가져왔다. 이후 판매자는 심한 편두통에 시달렸고, 아끼던 반려견도 이유 없이 갑자기 죽어버렸다. 참다못한 판매자는 결국 해롤드를 이베이에 올렸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절대 반품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5. 소년을 밀어내는 손들(The Hands Resist Him)
'소년을 밀어내는 손들'은 인형이 아니라 그림이다. 빌 스톤햄이라는 화가가 1972년에 그린 그림인데, 한 소년과 실물 크기의 인형이 유리문 밖에 나란히 서 있고 유리문 안 어둠 속에서 여러 명의 손만 보이는 다소 기괴한 장면이 담겨 있다.
그림을 경매에 내놓은 판매자는 자신의 겪은 기이한 일들을 소개했다. 판매자는 “그림 속의 소년과 인형이 움직이거나, 심지어 그림 밖으로 나올 때도 있었다”며 “인형이 손에 든 권총으로 소년에게 그림 밖으로 나가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회상했다.
더 이상한 것은 그림을 인터넷으로 본 사람들의 기이한 경험담이 속출했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냥 보기만 했는데도 앓아눕거나 기절하고, 심지어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는 댓글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