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자”
치매에 걸린 남편은 아내에게 또 한 번의 프러포즈를 했다.
지난 21일 해외 매체 워싱턴포스트는 56세의 젊은 나이에 찾아온 치매에 결혼한 사실을 잊어버린 남편의 사연을 보도했다.
작년 말, 사연의 주인공 피터 마샬(Peter Marshall)은 아내 리사(Lisa)와 함께 한 TV프로그램에서 결혼 장면을 보고 있던 도중 리사에게 “하자!”라고 소리쳤다. 리사가 “무엇을?”이라고 묻자 피터는 말없이 TV를 가리켰다. 리사가 “결혼하고 싶다고?”라고 물으니 피터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리사는 피터가 어제의 일을 기억하는지 궁금했고, 물어보자 피터는 기억하지 못했다. 또한 피터는 그들의 첫 번째 결혼식조차 기억하지 못했고 리사를 단지 ‘간병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피터가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이유는 치매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치매임에도 리사를 향한 사랑을 기억하고 있던 피터는 TV에서 보여진 결혼식 장면을 보고 리사에게 또다시 결혼하자고 프러포즈한 것이었다.
해가 지나고 1월이 되자 피터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이에 리사와 부부의 자녀들은 피터의 두 번째 프러포즈에 힘입어 또 한 번의 결혼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지난 4월 26일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리사와 피터는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피터에게는 첫 번째 결혼식일 테지만 말이다.
피터는 몸을 숙여 리사에게 키스했고 리사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리사는 “피터가 그렇게 행복한 모습을 보인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눈물이 마르지 않았고 정말 기뻤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혼식 이후 피터의 인지 능력은 더욱 저하됐다. 매일 거의 한 시간을 침대를 정돈하는 것에 소비하는 등 지속적인 감독이 필요한 상태이며, 이동할 때에는 꼭 누군가와 함께 이동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리사는 피터를 치료센터에 입원시켜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으며, 피터가 자신이 누군지는 알아보지 못하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안전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사는 두 번째 결혼식 날 피터가 자신의 귀에 속삭인 말을 잊지 못한다고 전했다. “내 옆에 남아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