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 가정폭력 등 폭력 범죄 '과소평가'

레드피피 2020-08-20 00:00:00

출처 펙셀스
영국 경찰들이 가정폭력 등과 관련된 폭력 범죄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출처 펙셀스

영국 경찰들이 가정폭력 등과 관련된 폭력 범죄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국 내 경찰력을 감사하는 관할감사관(HMICFRS)은 보고서를 통해 경찰이 많은 범죄 피해자들을 희생자로 공식 기록하지 않는다며 이는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HMICFRS는 영국 전체 경찰력의 4분의 3가량을 조사, 그 결과 대상 범위 가운데 3분의 2는 ‘개선 필요’ 혹은 ‘부적절’한 것으로 평가했다.

 

무시되는 희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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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에 대한 과소평가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 출처 펙셀스

HMICFRS의 감사 보고서는 2016년 처음 발표됐다. 보고서는 당시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의 경찰들이 범죄를 정확하게 기록하는데 있어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수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의 이 같은 범죄에 대한 과소평가는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의 보고서에도 웨스트미들랜즈 경찰에서 작성한 폭력 범죄와 성범죄의 기록률이 우려되는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

감찰반은 보고서를 통해 경찰이 종종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포함한 다른 다수의 범죄 희생자를 공식 기록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특히 경찰이 해마다 보고되는 1만 6,000여 건 이상의 폭력 범죄를 기록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대부분의 강력 범죄 희생자들이 부상 및 큰 고통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나쁜 기록률은 시급히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 조사 결과 웨스트미들랜즈 경찰은 전반적으로 ‘부적절’ 등급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3분의 1가량의 경찰과 직원들은 범죄 기록 방법에 대한 지침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의 경찰에 신고된 강력 범죄의 78%, 그리고 성범죄의 89%만이 공식 기록됐다.

 

미기록 범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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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기록 범죄는 경찰이 해당 범죄 혐의를 수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출처 펙셀스

수사관들에 따르면 미기록 범죄는 경찰에 신고됐음에도 불구하고 범죄로 기록되지 않은 범죄들을 의미한다. 이는 곧 경찰이 해당 범죄 혐의를 수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해 더욱 문제가 커진다.

웨스트미들랜즈의 경우 지난 2017년 당시 3만 8,800건의 범죄가 이처럼 미기록 범죄로 보고됐는데 이는 이 지역 경찰이 감사에서 ‘부적절’ 등급을 받은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감사관은 이후 2018년에 폭력 범죄와 성범죄 기록률에 대한 재검사를 실시, 3월 1일 ~ 5월 31일까지의 보고서 샘플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때도 해당 경찰이 이전의 기록 체계를 개편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조사 결과 감사 대상인 총 2,176건의 범죄 신고 가운데 470건이 가정 학대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중 354건만 공식 기록됐으며 나머지 116건은 미기록으로 남았다. 이 미기록 범죄 중 95건은 일반 폭행, 가벼운 상해, 그리고 괴롭힘 등의 폭력 범죄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이 부분에서 경찰관들이 피해자들의 증언을 잘 믿지 않는다는 사실도 지목, 이에 제대로 수사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사건 일지는 최종 수사 결과가 최초 통화 내용과 상충하기도 했으며 아예 범죄로 기록되지 않은 사례들도 많았다는 것.

이와 관련 웨스트미들랜즈 경찰의 루이스 롤프 부국장은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매기는 등급 체계가 여전히 불충분하다고 인정했다.

 

개선의 시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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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범죄와 성범죄 기록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 출처 펙셀스

HMICFRS는 이번 보고서가 폭력 범죄와 성범죄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이에 폭력과 성범죄 외의 다른 범죄 결과는 포함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범죄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만큼의 전체 범죄 기록은 인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단체는 레스터셔 지역의 경찰 감사 보고서도 추가 발표했다. 이 보고서 역시 웨스트미들랜즈와 마찬가지로 ‘부적절’ 등급을 받았다. 특히 이 지역은 지난 2017년 처음으로 감사했을 때 최하위의 범죄 기록률을 보이며 가장 우려되는 곳으로 지적됐는데 2018년의 경우 개선 사항이 보였지만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폭력 범죄와 성범죄 기록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인 것.

감사관들은 또한 이 지역의 경찰이 공공 보호 부서에 직접 신고된 모든 범죄를 기록하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피해자 지원팀 대변인인 다이애나 포셋은 이와 관련한 범죄 기록의 부정확한 수치는 경찰이 지원이 필요한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사 결과는 형사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향후 범죄를 신고하지 못하게 할 가능성으로 남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사이먼 콜 레스터셔 부국장은 그러나 범죄 기록은 복잡한 사안이라며 이번 감사는 국가 범죄 기록 시스템의 기술적 준수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전반적인 기록률이 전국 평균에 조금 못 미쳤다고 인정하며 실적 향상을 위한 계획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웨스트미들랜즈와 레스터셔 경찰과는 대조적으로 켄트 지역은 ‘우수’ 등급을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켄트 경찰은 지난해 총 2만 5,400건의 범죄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국 평균과 비교해 현저하게 개선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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